관세 이슈 민감도 크게 낮아져
4월 주가 변동성 이후 점차 안정
기초 체력 중심 주가 흐름 회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관세 정책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식 시장의 반응은 이전보다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고 있다고 23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모든 국가와 협상할 시간이 없다”며 다수 국가에 곧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요 지수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유럽연합이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출한 이번 주에도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 배경으로 지난 4월 금융시장 전반의 급락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 수위를 일부 조정한 경험을 들고 있다. 당시 주식, 채권, 달러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확대 계획을 중단한 바 있다.
프론트 바넷 어소시에이츠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샬 프론트는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보다 행동이 덜 공격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관세가 예상보다 훨씬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2V 리서치의 데니스 드부셰르 분석에 따르면, S&P500 지수의 관세 민감도는 4월 초 80% 수준에서 현재는 30%대로 하락했다. 해당 수치는 시장 변동성을 설명하는 요인 가운데 관세 관련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며, 이는 장기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시장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해석도 있다. 프론트는 “고금리와 저신용채권 간 스프레드 확대,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가 대통령의 판단에 압박을 줬다”고 전했다.
4월 급등락을 보였던 S&P500은 5월 들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일 변동폭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넓었던 지난달과 달리 최근에는 평상 수준으로 돌아온 상태다. 미국과 중국 간의 일시적 무역 휴전, 미국-영국 간 합의도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집계하는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도 4월 급등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는 S&P500 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관세에 대한 공포는 줄었지만 여전히 예측 가능성은 낮다”고 프론트는 말했다.
시장에는 여전히 잠재적 충격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뒤 국채 입찰이 부진했던 사례처럼,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2V의 케빈 브록스는 “주식시장은 여전히 거시경제 충격에 취약하지만, 이례적 상황이 없다면 펀더멘털이 수익률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 실적은 예상을 웃돌았고, 일부 비관적인 전망은 과도했다는 점이 경제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급등했던 종목 간 상관관계도 점차 정상 범위로 돌아오고 있다. 파이퍼 샌들러의 마이클 칸트로위츠 수석 전략가는 “경제 지표와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