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너지·디지털 등 전략적 공동 투자 포함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와의 통상 협상 재개를 위해 개정된 제안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21일 보도했다. 유럽연합 측은 미국 측 이해를 반영한 제안을 담아 협상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안서에는 국제 노동 기준, 환경 기준, 경제 안보 등을 고려한 내용과 함께 민감하지 않은 농산물 및 공산품에 대한 양측 간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제안서는 이달 초 미국 측에 전달될 예정이었으며, 에너지·인공지능(AI)·디지털 연결성 분야의 상호 투자 및 전략적 조달 방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미국과의 협력 의지를 밝히며 상호 균형 있고 이익이 되는 협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양측은 사전 탐색 단계를 진행 중이며, 공식 협상 개시를 위해선 EU 회원국들의 위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왔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동일한 목표를 공유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회원국은 대서양 양측의 번영은 상호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복관세 시나리오도 준비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EU는 대응 조치도 마련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주의 관세’와 자동차 및 일부 부품에 대한 25% 관세에 대응해, 총 950억유로(약 147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이 마련돼 있다.
앞서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 조치의 시행을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기간 동안 대부분의 EU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0%에서 10%로 낮춘 바 있다.
또한 반도체, 의약품, 영화, 항공기 부품 등에 대한 추가 조치도 예고된 상태로, 일부 EU 회원국은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가 실제 시행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U의 이번 제안서는 미국 측이 앞서 제출한 요구안에 대응하는 성격을 띤다. 한 EU 관계자는 미국의 문건을 “현실성이 부족한 요구사항의 나열”로 평가하며, EU의 규제 및 조세 자율성을 훼손하는 일방적인 요구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EU의 디지털 규제와 부가가치세(VAT)에 대해 지속적인 불만을 제기해 왔지만, 브뤼셀 측은 VAT가 무역 장벽이 아니며 유럽산·비유럽산 제품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조세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력 분야로 ‘공급망·AI·디지털 무역’ 언급
EU 제안서에는 이외에도 농식품 기준, 상호인정 협정(MRA), 공공조달, 디지털 무역, 원산지 규칙 관련 협의가 포함돼 있다. 또한 철강·의약품·자동차·반도체 공급망의 과잉 생산능력 해소, 민간 항공기 산업의 경쟁력 강화, 핵심 원자재 공동 시장 조성 등 글로벌 공급망 공동 대응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서에는 조달 및 투자 분야에서 보다 구체적인 발표를 위한 여지도 남겨뒀으며, 양측은 제안서 내용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내달 초 고위급 정치 일정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