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평화 협상 무산되나
젤렌스키, 푸틴 참석 조건 내걸어
미국, 추가 대러 제재 검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첫 직접 평화협상이 될 수 있었던 회담이 주요 정상들의 불참으로 기대감이 낮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아무 조건 없이 1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직접 협상할 것을 먼저 제안했지만, 크렘린궁은 당일 푸틴이 불참하고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과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 등이 포함된 기술관료 중심 대표단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중동 3개국 순방 일정으로 인해 회담에 불참한다고 미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회담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이 참석할 경우에만 자신도 회담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로, 현재로선 우크라이나의 회담 참여 여부도 불확실하다. 젤렌스키는 14일 밤 영상을 통해 “이번 전쟁의 모든 해답은 모스크바에 있다”며, 푸틴의 참석 여부가 우크라이나의 향후 대응 결정에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회담은 2022년 3월 러우 전쟁 이후 처음 열리는 직접적인 평화 협상이 될 수 있었으나, 푸틴의 불참으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의 온라인 언론 매체 유랙티브에 따르면, 유럽 연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지상전이 된 이번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30일간의 정전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젤렌스키는 이에 대해 지지 입장을 나타냈지만, 푸틴은 정전 합의 전 사전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가 협상 과정에 비협조적일 경우 2차 제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 또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러시아산 석유 구매자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이스탄불에 파견된 미국 대표단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키스 켈로그 등으로 구성됐다. 안드리이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루비오와 만나 젤렌스키의 평화 구상에 대해 논의하고 협상 입장을 조율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 대표단에는 메딘스키 보좌관과 포민 차관 외에도 고위 군 관계자와 정보 당국 인사들이 포함됐다. 메딘스키와 포민은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측 협상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논의된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영구적 중립국 지위와 그에 대한 안전보장을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캐나다, 터키, 폴란드 등 다수 국가가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중립국 지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점령한 상황에서, 크렘린은 여전히 구체적인 양보 없이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회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