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규제 청문회 중단
트럼프의 암호화폐 연루 논란 여야 충돌
스테이블코인 법안 ‘GENIUS’ 논의도 교착
미국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이해관계를 문제 삼아 디지털 자산 규제 관련 청문회를 보이콧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농업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공동으로 ‘미국 혁신과 디지털 자산의 미래: 21세기를 위한 청사진’이라는 제목의 청문회를 열고 암호화폐 규제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증인으로는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로스틴 베넘과 코인베이스의 기관 상품 담당 부사장 그렉 투사르가 참석했다.
하지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민주당 간사 맥신 워터스 의원은 청문회 개회 직후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며 참여를 거부했다. 워터스 의원은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들을 관할하는 상황은 부패의 소지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공동 청문회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서비스위원회 공화당 소속 프렌치 힐 위원장은 “워터스 의원은 이해충돌 우려를 이유로 청문회를 방해하고 있다”며 “당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청문회를 주도한 공화당 브라이언 스타일 의원은 예정된 청문회를 취소하고 대신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비공식 토론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GENIUS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가 고조된 가운데 발생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루벤 갈레고, 마크 워너, 라파엘 워녹, 리사 블런트 로체스터, 캐서린 코르테즈 마스토, 앤디 킴, 벤 레이 루한, 존 히켄루퍼, 애덤 시프 등은 외국 발행사에 대한 요건 강화와 자금세탁 방지 조치 미흡 등을 이유로 법안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관련 행보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는 취임 직전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밈코인을 출시했으며, 트럼프가 지지하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 또한 트럼프는 5일 밤 메가 인크(MAGA Inc.) 슈퍼팩 후원금 마련을 위한 암호화폐 관련 만찬을 열었으며, CNBC에 따르면 참석 비용은 인당 150만달러(약 210억원)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GENIUS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미국 달러와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100% 준비금을 보유할 것, 시가총액 500억달러(약 70조원) 이상일 경우 연례 감사 의무 부과, 외국 발행사는 미국 내 직접 발행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외국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2차 시장 유통은 허용된다. 미 재무부가 외국 발행사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튠은 이 법안을 메모리얼 데이 이전에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으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수정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하원 공화당은 또한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규제를 담은 신규 법안 초안도 6일 발표했다. 이 법안은 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할을 명확히 하고, 정보 공개 요건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24년 하원에서 71명의 민주당 의원 지지를 받아 통과된 ‘FIT 21’ 법안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며, 해당 초안은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