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내 삭제 명령
세계 각국서 개인정보 침해 논란
케냐 나이로비 고등법원이 샘 올트먼이 설립한 디지털 신원 프로젝트 ‘월드’에 대해 자국 내에서 수집한 생체정보를 모두 삭제하라고 명령했다고 6일 디크립트가 보도했다. 케냐 법원은 월드가 케냐 개인정보보호위원회(ODPC)의 유효한 동의 없이 민감한 생체정보를 수집했고, 암호화폐를 제공하며 정보를 얻은 행위는 정보주체의 자발적 동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 카티바연구소(Katiba Institute) 측 변호사 조슈아 말리조 냐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케냐에서 프라이버시 권리를 위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프라이버시는 헌법상 권리이며, 데이터 프라이버시 영향 평가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경우에도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전이나 암호화폐를 통한 유도 뒤에 이루어진 동의는 자발적인 것이 아니며, 이는 위법”이라고 말했다.
월드는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과 알렉스 블라니아가 공동 설립한 암호화 기반 디지털 신원 프로젝트다. 이들은 특수 제작된 홍채 스캐너 ‘오브’를 통해 개인의 홍채를 인식하고 ‘월드ID’를 발급하며, 대가로 자사 토큰인 WLD를 지급해왔다.
나이로비 고등법원은 월드 재단 및 그 대리인에게 7일 이내에 ODPC 감독 하에 모든 생체정보를 삭제할 것을 명령하고, 향후 적절한 영향 평가 및 비유도 동의 없이는 데이터 수집 및 처리를 금지했다.
지난 2024년 6월, 월드에 대한 현지 수사 종료 이후 일시적으로 활동 금지가 해제됐으나, 이번 판결은 케냐 시장에서 신뢰 회복을 시도하던 월드에 타격으로 작용하게 됐다. 당시 한 케냐 고위 관계자는 월드를 “범죄 집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월드는 자사 프로젝트를 ‘프라이버시 우선 디지털 신원 솔루션’으로 홍보하며, 지역 데이터 저장 및 암호학적 보호 조치를 강조해왔지만, 각국 규제기관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5일 등록 요건 미충족 및 중대한 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활동이 중단됐고, 독일, 홍콩, 브라질 등에서도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규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월드는 미국 내 확장을 본격화하며 애틀랜타, 오스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내슈빌, 샌프란시스코 등 6개 도시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WLD 토큰을 제공하며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