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9일부터는 60여 개국에 국가별 ‘상호 관세’ 적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서명한 무역정책 행정명령에 따라, 현지시간 4월 5일 0시1분(한국시간 5일 오후 1시1분)부터 미국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10%의 기본관세를 일괄 부과하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미국 세관이 항만, 공항, 보세창고를 통해 자정부터 해당 관세를 즉시 집행했으며, 신규 선적물에 대한 유예기간은 없다고 전했다.
이번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선포한 지난 2일 발표한 관세 조치의 1단계다. 호주, 영국,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광범위한 국가가 적용 대상이며,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수입업체에 보낸 공문을 통해 4월 5일 이전 선적된 화물에 한해 5월 27일 0시1분까지 도착하면 51일간 관세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9일부터 상호관세 발효…한국 25%, 중국 총 54%
미국 행정부는 무역수지 불균형 또는 불공정 무역 관행이 있다고 판단한 국가에 대해 11%에서 최대 50%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여 개 국가를 ‘침해국’으로 분류하고, 이들 국가에 대해 4월 5일부터 기본관세를 먼저 적용한 뒤 9일부터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9일 0시1분부터 25%로 인상된다.
한국산 제품은 25%, 유럽연합(EU)산은 20%의 관세가 부과되며, 중국산 제품은 기존 관세에 더해 34%가 추가돼 누적 관세율이 54%에 달하게 된다. 중국 외에도 베트남(46%), 라오스 및 캄보디아(46~49%) 등 동남아 국가들도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며, 이에 따라 소비재, 기계, 전자제품, 섬유 등 주요 공급망에 타격이 예상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조치에서는 제외됐지만, 양국은 기존에 시행 중인 25% 관세가 유지된다. 이는 펜타닐 문제 대응 차원에서 도입된 조치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원산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제품에 적용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EU, 멕시코는 미국 전체 수입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이번 조치에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명목으로 이미 관세가 부과된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부품 등은 제외됐다. 원유, 석유제품, 의약품, 우라늄, 반도체, 티타늄, 구리, 목재 등 약 1000개 품목도 면제 대상에 포함되며, 해당 품목들은 2024년 미국 수입액 중 약 6450억달러(약 936조원)를 차지한다.
다만 이들 면제 품목 역시 향후 국가안보 관련 관세 개편 시 재검토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 중 하나는 주류업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맥주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기존 알루미늄 관세를 빈 맥주캔까지 확대 적용했다. 유럽산 와인과 증류주도 신규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증류주협회(DSCUS)의 크리스 스웡거 대표는 로이터에 “수십 년 동안 무관세로 유지되던 주류 무역이 지정학적 문제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주류업계 단체 페데르비니는 “프랑스산 와인과 주류의 미국 수출이 최소 20% 감소할 것”이라며,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유럽의 생산과 고용에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전 백악관 무역 고문이자 현재 호건로벨스 소속 무역 변호사인 켈리 앤 쇼는 “이번 조치는 생애 최대 규모의 무역 정책 변화”라며 “각국은 결국 새로운 무역 조건을 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