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 당국이 부실 은행인 시그니처 뱅크와 실리콘 밸리 뱅크(SVB)의 1,140억 달러(약 150조 4,230억 원) 규모 유가증권 매각을 위해 블랙록(BlackRock Inc.)을 고용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FDIC, 블랙록에 증권 매각 맡겨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블랙록이 시그니처 뱅크에서 270억 달러, SVB 금융 그룹의 실리콘 밸리 은행에서 870억 달러 규모의 증권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 대상 자산은 주로 기관 모기지담보증권(MBS), 담보부 모기지 및 상업용 MBS로 구성되어 있으며, FDIC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록, 금융 위기 때마다 정부와 협력
미국 정부는 8조 6,000억 달러(약 1경 1,354조 원) 규모의 고객 자산을 관리하며 복잡한 부채 구조를 처리한 경험이 있는 블랙록과 CEO 래리 핑크를 선택했다.
블랙록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미국 재무부의 요청을 받아 베어스턴스와 AIG의 1,300억 달러 규모 부실 자산을 관리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도 경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금융정책에 관여한 바 있다.
블랙록의 금융시장 자문 그룹은 2008년 설립되었으며, 현재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부다페스트, 중동 등 전 세계 200여 명의 직원이 금융 기관과 정부를 대상으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FDIC, 추가 금융 자문사와 협력
블랙록 외에도 FDIC는 전략적 금융 자문 및 부실 은행 처리와 관련해 후리한 로키(Houlihan Lokey Inc.), 로스차일드(Rothschild Inc.), SVB 관련 자문을 제공한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 & Co.) 등을 고용했다.
시그니처와 실리콘 밸리 뱅크는 지난달 예금 인출 사태로 붕괴한 미국 대형 은행 세 곳 중 두 곳이다. 이에 FDIC는 두 은행의 자산을 인수해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 기업, 증권 인수는 거부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First Citizens BancShares Inc.)는 최근 실리콘 밸리 은행을 인수하며 미국 은행 역사상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실패 사례를 정리했다.
또한 시그니처 뱅크의 일부 예금과 대출 자산은 뉴욕 커뮤니티 뱅크(NYCB) 산하 플래그스타 뱅크(Flagstar Bank)가 FDIC로부터 인수했다.
그러나 두 인수 기업 모두 시그니처와 SVB가 저금리 시기에 매입한 후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가치가 급락한 증권을 인수하는 것은 거부했다. 이로 인해 수십억 달러 상당의 평가절하된 증권과 모기지 부채가 FDIC에 남겨졌으며, 이를 매각하는 역할을 블랙록이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