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명성 보장하면서도 불법 자금 차단 구조 적용
반(半)허가형 프라이버시 툴 ‘프라이버시 풀스(Privacy Pools)’가 이더리움에서 정식 출시됐다. 프라이버시 풀스는 자금이 불법 활동과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면서도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은 출시와 함께 1 이더리움(ETH)을 직접 입금하며 기능을 시연했다.
해당 프로토콜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0xbow.io’가 개발했으며, ‘연관 집합(Association Sets)’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는 여러 거래를 하나의 익명 풀로 묶어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면서도, 사전에 해킹, 피싱, 사기 등 불법 행위에 연루된 주소가 포함되지 않도록 검증한다.
0xbow.io에 따르면 연관 집합은 ‘동적’으로 운영되며, 나중에 불법 거래로 판명된 입금은 전체 거래에 영향을 주지 않고 개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입금이 부적격 처리되면 사용자는 ‘종료(ragequit)’ 기능을 통해 자금을 원래 입금 주소로 회수할 수 있다.
0xbow.io는 “프라이버시를 다시 일상화(Make Privacy Normal Again)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동시에 규제 준수를 위한 구조를 함께 갖췄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입금 한도가 1 ETH로 제한되며, 프로토콜이 충분히 테스트된 이후 상향될 예정이다.
프라이버시 풀스는 2023년 9월 공개된 백서에 기반해 개발됐으며, 비탈릭 부테린, 체이널리시스 수석 과학자 제이콥 일럼, 스위스 바젤대학교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 집필에 참여했다. 전략 고문 아민 솔레이마니도 논문 집필에 함께했고, 해당 문서는 1만2000회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학술 논문 9건에서 인용됐다.
프라이버시 풀스의 스마트 계약 코드는 애플 출신 엔지니어 조 반 룬이 공동 창립한 감사 전문 업체 ‘오디트 위자드(Audit Wizard)’의 감사를 통과했다. 초기에는 69건의 입금을 통해 21 ETH 이상이 풀에 예치됐으며, 비탈릭 부테린도 직접 참여한 것으로 0xbow.io는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넘버 그룹, 뱅크리스VC, 퍼블릭 웍스 등 투자사와 일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은 최근 몇 년간 불법 자금 세탁에 사용된 사례가 늘어나며 규제 당국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토네이도 캐시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으로부터 제재를 받았으나, 이후 미국 항소법원 판결로 제재 조치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아 목록에서 제외됐다.
체이널리시스가 지난 1월 발표한 ‘2025년 암호화폐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불법 자금 이동 규모는 410억달러(약 59조4500억원) 이상으로 전체 온체인 거래량의 0.14%를 차지했다. 다만 아직 식별되지 않은 범죄 연루 주소가 추가로 밝혀질 경우 이 수치는 510억달러(약 73조95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