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 부채와 재정 적자 지속 시 달러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 상실 우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3월 31일(현지시간) 투자자 대상 연례 서한을 통해, 미국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에 기축통화 지위를 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핑크 CEO는 “미국은 수십 년간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라는 지위 덕을 봐왔다”며 “그러나 이 지위가 영원히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국가부채 시계가 설치된 1989년 이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세 배 빠르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핑크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정부의 이자지출은 9520억달러(약 1383조원)를 넘어서 국방비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까지 미국의 연방정부 수입 전체가 의무지출과 부채 상환에 사용돼 구조적 재정적자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핑크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탈중앙화 금융(DeFi)은 시장을 더 빠르고 저렴하며 투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혁신”이라면서도, “투자자들이 달러보다 비트코인을 더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할 경우,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 비트코인 ETF ‘IBIT’, 출시 1년 만에 500억달러 운용
핑크는 자사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IBIT’가 출시 1년 만에 500억달러(약 72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는 ETF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출시라고 밝혔다. 2024년 IBIT의 순유입 자금은 374억달러에 달했으며, 누적 기준으로는 400억달러를 넘겼다.
이는 피델리티의 경쟁 상품인 FBTC의 115억달러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수치다. IBIT는 전체 ETF 시장 내 자금유입 순위 3위에 올라 있으며, S&P500 추종 ETF 다음으로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투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개인투자자였고, 4분의 3은 블랙록의 기존 상품(iShares 시리즈)을 투자해본 적 없는 신규 투자자였다.
블랙록은 이후 캐나다와 유럽 등 해외 시장에도 비트코인 기반 ETF 상품을 확장 출시했다. 핑크는 앞서 비트코인에 자산의 2~5%를 배분하는 방식이 보편화되면, 가격이 장기적으로 최대 70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모든 자산 토큰화될 수 있어…투자 방식 자체를 혁신”
핑크는 비트코인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화(Tokenization)’ 기술이 금융시장 전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주문을 고함치며 전달하던 거래소 시절과 팩스 사용 시기에 설계된 것”이라며, 주식·채권·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전환하면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지고 중개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핑크는 “모든 자산이 토큰화되면 거래소가 문을 닫을 필요도 없고, 수일이 걸리던 거래 정산이 수초 만에 완료된다”며 “결제 지연으로 유휴 상태였던 수천억 달러가 즉시 재투자돼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산의 조각 투자와 손쉬운 의결권 행사, 고수익 자산에 대한 접근성 확대 등 토큰화는 소수 고액 자산가에게만 집중된 투자 기회를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핑크는 서한에서 자본시장의 발전 과정과 그 역할을 돌아보며, 일반 대중의 자산 형성에 기여해온 시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공공시장과 사적시장의 간극을 좁히고, 더 많은 투자 기회를 모든 계층에 제공하는 것이 미래 금융의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핑크는 현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지만, 이러한 국면은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으며 인류의 회복력과 자본시장의 구조적 강점을 통해 결국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