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라나·에이다 등 경쟁 블록체인의 약진으로 시장 지위 위협
- 스탠다드차타드 “이더리움 업그레이드 부진과 투자자 실망감… ‘중년의 위기’ 직면”
- “그러나 여전히 이더리움이 시장에서 가장 많은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유”
세계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이 경쟁 플랫폼들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이른바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더리움은 지난 3개월 동안 가격이 약 40% 하락해 현재 2087달러(약 300만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이나 솔라나, 에이다 등 다른 주요 암호화폐 대비 눈에 띄게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이더리움은 그간 탈중앙화 금융(DeFi) 애플리케이션 구축 등 금융 산업 전반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에서 등을 돌리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초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섹스대학의 캐럴 알렉산더 금융학 교수는 FT와 인터뷰에서 “불과 1년 전만 해도 낙관적이던 탈중앙화 금융 비전이 이제는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며 “많은 투자자가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솔라나, 카르다노 등 경쟁자 부상
이더리움은 그간 가상화폐 시장에서 신뢰성 높고 금융 서비스와 기관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플랫폼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테더, USDC, 페이팔과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들과 블랙록, 피델리티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FT는 밈코인 열풍이 암호화폐 시장을 휩쓸면서 투자자 관심이 이더리움에서 솔라나로 옮겨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이 홍보한 주요 밈코인이 속속 솔라나 기반으로 발행되며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난센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솔라나 네트워크에서 밈코인 거래로 발생한 사용자 수수료는 약 7억2100만달러(약 1조455억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거둬들인 수수료 8억2400만달러(약 1조1948억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급증한 수치다.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업체 카이코의 아담 매카시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제 이더리움은 대부분 투자자들에게 흥미롭지 않은 플랫폼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것과 대비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와 ETF 자금 유출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당초 암시했던 이더리움 대규모 구매 계획이 없다고 공식 발표해 투자자 기대감을 실망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이더리움 기반 미국 ETF 상품에서도 지난 3월 한 달간 4억100만달러(약 5815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되며 올해 들어 유입된 자금을 모두 상쇄했다.
내부 개발자 분열과 업그레이드 난항도 문제
한편 이더리움 내부적으로도 개발 방향과 기술 업그레이드를 놓고 개발자 간 이견이 발생하며 프로젝트 운영이 혼란스러워졌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네트워크의 속도와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 업그레이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요 기능을 레이어2 네트워크 등 외부에 맡기는 바람에 수익 기반도 약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디지털 자산 연구 책임자인 제프 켄드릭은 “이더리움은 지금 ‘중년의 위기’ 상태로, 기술 업그레이드를 여러 번 실패하면서 잠재적 사용자 확대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요한 기능을 레이어2 네트워크 같은 외부에 넘겨주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무상으로 내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지자들은 여전히 이더리움이 시장에서 가장 많은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으며, 공동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신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브로커사 TP ICAP의 디지털 자산 부문 책임자인 사이먼 포스터는 FT 인터뷰에서 “이제 이더리움 역시 다수의 투기성 암호화폐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됐다”며 “어떤 블록체인이 결국 시장을 주도할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이더리움 투자가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