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넘게 예고해온 ‘4월 2일 상호 관세’가 축소된 형태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주요 외신들은 24일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강경한 계획에서 한발 물러나, 일부 품목과 국가에 한정된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4월 2일에 모든 산업과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관세 발표가 이뤄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최종 결정이 유동적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이날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나스닥 100 선물 지수는 2만 포인트를 회복했으며, 비트코인 또한 88,000달러(약 1억 3천만원)을 넘어서며 반등하고 있다.
“상호 관세는 시행…‘더티 15’ 국가부터 적용될 듯”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외국 수입품에 대한 ‘상호 관세’ 적용을 강조해왔다. 외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만큼의 관세를 그대로 되돌려주겠다는 방침이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상호 관세 조치는 이르면 4월부터 시행될 수 있으며, 우선적으로 10여 개국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더티 15’로 지목한 국가들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국가는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유럽연합, 인도, 일본, 한국, 멕시코, 러시아, 베트남 등이다.
초기 관세는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 목재, 구리 등 광범위한 품목에 걸쳐 적용될 것으로 예고됐으나, 현재로서는 25%의 멕시코·캐나다 제품 대상 관세를 포함해 대부분이 보류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수차례 예고·지연 반복…시장 혼란 가중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복적으로 대규모 관세 조치를 예고하고 시행을 지연해왔다. 대표적으로, 2월 1일 발효 예정이던 캐나다·멕시코 수입품 25% 관세는 4일로 연기됐고, 이후 양국이 국경 안보 조치 및 펜타닐 유입 차단 협력을 약속하자 한 달간 추가 연기됐다.
중국산 제품에는 2월 4일 10% 관세가 부과됐지만, 60%에 달할 것이라는 기존 예고에는 못 미쳤다. 관세 적용과 동시에 미국 세관의 부담을 이유로 800달러 미만의 소액 수입품에 적용되던 면세 기준도 폐지됐다가 몇 시간 만에 복원됐다.
3월 3일엔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3일간 적용된 후 다시 철회됐고, 11일에는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50% 관세를 경고했지만, 온타리오주가 미시간 등지에 대한 전력 수출 부과금을 철회하자 이를 철회했다.
이처럼 관세 정책의 잦은 예고와 철회는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 무역 파트너국들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관세 관련 혼선으로 인해 계획 수립과 가격 책정 등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EU·북미 무역협상 진행 중…보복 관세도 보류
유럽연합은 4월 1일 시행 예정이던 보복 관세를 연기하며 협상에 나섰고, 멕시코와 캐나다 역시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보복 조치를 미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발표한 관세 정책과 관련해 “나는 변하지 않지만 ‘유연성(flexibility)’이라는 단어는 중요하다”며 일부 면제를 허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관세는 기본적으로 상호적이며, 대부분은 상대국의 세금에 맞춘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