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지표 부진·제네시스 상환 물량·이란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 흔들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BTC) 가격이 급락세를 보였다. 8월 5일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7% 하락한 5만4180달러(약 7354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더리움(ETH)은 13% 이상 폭락했다.
4억 달러 이상 청산 발생…선물 시장도 흔들려
파생상품 데이터 플랫폼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비트코인 급락에 따라 선물 시장에서는 약 4억1300만 달러(약 5613억 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번 하락은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 통계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경기 침체 우려를 불러온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재선 기대 약화…암호화폐 심리 위축
정치 불확실성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가상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난 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러한 기대감은 약화된 분위기다.
분산형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 따르면,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은 최근 30%에서 45%까지 상승했다.
미국 증시 하락세, 위험자산 전반 영향
10x 리서치는 “미국 경제가 연준의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드러나며 경착륙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의 급등으로 증시 과열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제조업 지수 등 주요 지표들이 기초 경제의 취약함을 드러내며 위험자산 전반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상환 물량 매도 압박…16,600 BTC·166,300 ETH 이동
비트코인 급락에는 파산한 암호화폐 대출 기업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의 상환 물량도 영향을 미쳤다.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약 15억 달러(약 2조650억 원) 상당의 자산을 외부 지갑으로 송금했다. 이 중 비트코인 1만6600개(약 11억 달러, 약 1조5070억 원), 이더리움 16만6300개(약 5억2110만 달러, 약 7096억 원)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리스크·유가 상승 우려 확대
한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은 이란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유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 압력 재확대에 대한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
알트코인 시세 동반 하락…점프 트레이딩 ETH 이체도 압력
이더리움 하락에는 점프 트레이딩 산하 점프 크립토의 대규모 이체도 영향을 미쳤다. 점프 크립토는 수억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거래소로 송금했으며, 일각에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조사 가능성 속에서 시장 철수 조짐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일본, 금리 인상 여파에 급락
글로벌 금융시장 역시 침체 신호를 보이고 있다. 8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1.51% 하락한 3만9737달러, 나스닥지수는 2.4% 하락한 1만6776포인트에 마감됐다.
일본 증시는 8월 4일 기준 닛케이225 지수가 전일 대비 4.63% 급락한 3만4247엔으로 마감되며, 한때 3만3300엔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한 점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엔화 강세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가 해소되며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됐다.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아, 8월 5일 기준 코스피는 5.63%, 코스닥은 6% 하락하며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