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록에 따르면,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승인을 받아 지난 5월 28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 상장지수증권(ETN)의 거래량이 50만 달러에 불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영국 암호화폐 ETN은 전문 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 ETN 발행사 중 하나인 21쉐어스는 개인 투자자에게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쉐어스는 영국에서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기반 ETN 상품 4개씩을 교차 상장했고, 위즈덤트리(WisdomTree)는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N 상품을 각각 2개씩 운용하고 있다. 인베스코(Invesco) 역시 비트코인 기반 상품 2개를 제공한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되려면 암호화폐 ETN은 실물 자산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며, 레버리지가 없고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에만 투자해야 한다.
21쉐어스 데이터에 따르면, 6월 6일 기준 모든 상품의 총 거래량은 504,880달러(약 6억 8천만 원)에 불과하며, 위즈덤트리가 거래량의 59%, 21쉐어스가 41%를 차지했다. 인베스코 상품은 아직 거래량이 없다. 이와 비교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6월 9일 하루에만 25억 달러(약 3조 3,750억 원)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위즈덤트리의 영국 암호화폐 상품 4개는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1쉐어스상품 중에서는 이더리움 상품이 더 성공적이었으며, 전체 거래량의 76%를 차지했다. 특히, 21쉐어스의 이더리움 스테이킹 ETP는 스테이킹 수익률이 없는 코어 이더리움 상품보다 약 57% 더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21쉐어스는 제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런던증권거래소 암호화폐 ETN 중 평균 일일 스프레드가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프레드는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평균 차이를 나타내며, 거래 비용 및 상품 유동성과 관련된 중요한 지표다.
영국 암호화폐 ETN, 거래량 저조는 예상된 결과
영국 암호화폐 상장지수증권(ETN)의 거래량이 저조한 것은 런던증권거래소(LSE) 외에도 거래 장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1쉐어스 영국 책임자 알렉스 폴락은 “전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장외거래(OTC)나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거래소를 통해 거래한다”고 말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전문 투자자에게 시장을 개방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큰 발걸음”이지만, 현재 가장 유동성이 높은 시장은 독일의 도이체뵈르제 엑스트라(Deutsche Börse Xetra)이기 때문에 영국 ETN 거래량이 적은 것은 “예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21쉐어스는 2020년 7월부터 엑스트라에서 암호화폐 ETP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FCA와 LSE의 승인으로 많은 자산 및 프라이빗 뱅킹 플랫폼이 전문 고객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을 추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폴락은 “플랫폼의 온보딩 프로세스가 완료되면 거래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위즈덤트리 자본 시장 책임자 마이클 델레우도 “영국 기관 투자자들은 이미 유럽 거래소나 장외 시장에서 실물 기반 암호화폐 ETP에 접근할 수 있었고, 이 시장은 건전한 일일 거래량을 보인다”며, “FCA의 승인은 영국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 자산군의 합법성과 관련성을 높이는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코인셰어즈(CoinShares) 리서치 책임자 제임스 버터필은 “거래량이 적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며, “첫째, 개인 투자자를 막기 위해 최소 투자 금액이 높게 설정되어 있다. 둘째, 영국 기관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유럽 다른 지역에 비해 낮아 투자를 꺼리거나 이미 유동성이 더 풍부한 유럽 ETP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암호화폐 규제 완화, 현물 비트코인 ETF 상장 기대감 높여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투자자 보호와 혁신 촉진을 위해 암호화폐 시장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2021년에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 및 상장지수상품(ETP) 판매를 금지했지만, 이후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입장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FCA는 3월, 전문 투자자 대상 암호화폐 ETN(상장지수증권) 신청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런던증권거래소(LSE)는 2분기에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N 신청을 받아 5월 28일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암호화폐 ETN은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와는 다른 금융 구조를 가지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 변동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영국 현물 비트코인 ETF 출시 가능성은?
현재 영국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 직접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두 국가 간 증권 규제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인베이스 영국 CEO 다니엘 세이퍼트는 암호화폐 ETN 출시가 영국 시장에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하며, 비트코인 ETF 출시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은 항상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크라켄 영국 매니징 디렉터 비부 다스 역시 영국 비트코인 ETF 출시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다. 그는 2021년 이후 세계가 크게 변화했으며, 영국이 암호화폐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ETF와 같은 규제된 투자 상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