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43억 달러 벌금 합의… 스테이블코인·온라인 게임도 위험 수단으로 지목
미국 재무부가 2월 7일 발표한 2024년 국가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가상화폐와 탈중앙화금융(DeFi)의 확산이 돈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에 악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재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몇 주 내 “테러리스트 및 기타 불법 금융 대응을 위한 2024년 국가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전략에는 가상화폐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금융 수단을 활용한 불법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이 담길 예정이다.
미 재무부는 가상화폐가 법정 화폐에 비해 자금세탁에 사용되는 비율은 낮다고 평가했지만, 랜섬웨어, 마약 밀매, 사기, 인신매매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금세탁 방지(AML)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CFT) 규제를 따르지 않는 가상화폐 서비스 제공자들이 익명성을 악용해 범죄 자금을 처리하는 사례에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관련한 사례도 언급됐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3년 11월, 미 재무부 및 법무부와의 합의 하에 AML 규정 위반을 인정하고, 총 43억 달러(약 5조 5900억 원)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다수 사용자에 대한 신원확인(KYC)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효과적인 자금세탁 방지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는 향후 3년간 독립된 컴플라이언스 감시자를 지정해 AML 및 경제 제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의심 거래 보고 체계의 개선 여부도 점검받게 된다.
미 재무부는 DeFi와 피어 투 피어(P2P) 플랫폼에 대해서도 규제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일부 DeFi 서비스는 현행 ‘은행 비밀법(BSA)’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으나, 그들의 금융 서비스 성격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미 2023년 4월 DeFi 관련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에 AML/CFT 의무 적용을 위한 지침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보고서는 온라인 게임과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자금세탁 경로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익명성과 대규모 거래 환경으로 인해 테러 자금 조달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으며, 테러 조직이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정황에도 주목했다.
자넷 옐런 미 재무장관은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의회에 촉구하며, 디지털 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규제 기반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