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수익성 기반 투자 전환
스테이블코인·예측시장 분야 쏠림
핀테크·AI 등 인접 분야 확장
가상자산 시세 급락과 인수합병 확산이 벤처투자 업계를 흔들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주 반등 전 10월 최고가 대비 50% 가까이 하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알트코인의 상황은 더 심각해 소형 토큰 지수는 전년 대비 최대 70%까지 폭락했다.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미국 백악관의 기조와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벤처 투자 동력이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감하며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블록워크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가상자산 스타트업에 유입된 벤처 투자금은 189억달러(약 27조 7830억원)로 이는 2021년과 2022년의 투기적 고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25년 전체 투자액의 약 3분의 1이 바이낸스(Binance)와 폴리마켓(Polymarket)을 포함한 단 4건의 거래에 집중돼 자본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상자산 전문 VC들은 수익성이 검증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나 온체인 예측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일부는 핀테크와 인공지능(AI) 등 인접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투자사인 메커니즘캐피털(Mechanism Capital)과 탄젠트(Tangent)는 로봇 스타트업인 앱트로닉(Apptronik)과 피규어(Figure) 등에 투자하며 딥테크 분야로 보폭을 확대했다. 유명 투자사인 멀티코인캐피털(Multicoin Capital)의 공동 설립자 카일 사마니(Kyle Samani)도 지난주 AI와 로보틱스 등 새로운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재편 과정에서 한계 기업들의 정리도 잇따르고 있다. 갤럭시디지털(Galaxy Digital)은 4분기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관심이 과거의 서사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중앙 소셜 미디어 플랫폼 파카스터(Farcaster)는 투자자들에게 자본을 반환할 계획이며, 제미나이스페이스스테이션(Gemini Space Station)은 NFT 마켓플레이스인 니프티게이트웨이(Nifty Gateway)의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 또 다른 NFT 플랫폼 로데오(Rodeo) 역시 단계적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드래곤플라이(Dragonfly)의 톰 슈미트(Tom Schmidt) 제너럴 파트너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펀드들이 조용히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는 사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명확한 제품이나 수익 경로가 없는 프로젝트는 자본을 유치하기 어려워졌으며, 토큰 판매 역시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자산 조달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버전(Inversion)의 창립자 산티아고 로엘 산토스(Santiago Roel Santos)는 시장이 실제로 작동하는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통합되고 있다며 웹3 카테고리 상당수가 현재로서는 투자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이 극단적인 낙관론에서 비관론으로 파도처럼 이동하며 소외된 범주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