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 급락, 비트코인 인출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와 경제 위기가 겹치며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15일 체인널리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이란 내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중앙 통제에서 벗어난 직접 보관 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2024년 1월 케르만 폭탄 테러, 같은 해 10월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2025년 6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 12일간의 충돌 전후로 온체인 거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2025년 6월 분쟁 당시에는 이란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노비텍스와 국영은행 세파 은행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고, 국영 TV가 해킹되는 일도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물가 급등과 통화 가치 하락 등 이유로 여러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 정부가 1월 8일 인터넷을 차단하기 전까지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는 이란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옮기는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배경으로는 리알 가치 급락이 지목됐다. 리알은 지난해 12월 말 달러당 약 42 수준에서 이달 들어 1000을 넘는 수준까지 통화 가치가 떨어지며 구매력이 크게 낮아졌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를 통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려는 합리적 행동으로 평가했다.

그래프는 시위 이전(2025년 11월 1일~12월 27일)과 시위·인터넷 차단 직전 기간(2025년 12월 28일~2026년 1월 8일)을 비교한 결과를 보여준다. 하루 평균 인출 금액 기준으로 100달러 미만 소액 인출은 111% 늘었고, 1000달러 미만 중간 규모 인출은 228%, 1만달러 미만 인출은 236% 증가했다. 10만달러 이상 대형 인출도 32% 확대됐다.
건수 기준으로도 증가세가 나타났다. 소액 인출 건수는 78% 늘었고, 중간 규모 인출은 123%, 1만달러 미만 인출은 262%, 10만달러 이상 인출은 55% 증가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시위와 통신 차단이 겹친 시기에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이전하는 행동이 두드러졌다며, 통화 가치 급락과 정치 불안 속에서 제도권 금융망 밖에 보관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권력 핵심과 가까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관련 주소의 활동도 확대됐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IRGC 연관 주소는 이란 전체 암호화폐 거래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해당 주소들이 2025년 한 해 동안 처리한 온체인 거래 규모는 30억달러(약 4조3200억원)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20억달러(약 2조8800억원) 이상이 4분기에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