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기대 약화·10월11일 충격 겹쳐”
“정책 기대보다 거센 매도 압력”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암호화폐 기조에도 불구하고 2025년 들어 가상자산 시장은 큰 조정을 받으며, 시가총액 기준 약 1조달러(약 1470조원)가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10월 6일 사상 최고가인 12만6000달러(약 1억8520만원)를 기록했지만 이후 급락했다.
가디언은 하락의 직접적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11일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 언급에 따른 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24시간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 약 190억달러(약 27조9300억원)가 청산됐고, 이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것을 지적했다. 이더리움은 이후 한 달간 40%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가상자산 규제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디지털 자산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는 등 친암호화폐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3월에는 전략적 암호화폐 비축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포함된 일부 코인은 단기간에 60% 넘게 급등했다. 비트코인도 당시 하루 만에 10% 가까이 오르며 9만4164달러(약 1억3850만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호주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BTC마켓의 레이첼 루커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총괄은 “가상자산은 위험자산 성격이 강해 글로벌 경기와 투자 심리에 민감하다”며 “관세와 긴축 기조가 정책 기대 효과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11월에는 비트코인이 202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8만10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후 일부 회복했지만 12월 초 다시 하락해 현재는 9만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같은 시기 에릭 트럼프가 참여한 미국 비트코인 기업은 기업가치의 약 40%, 금액으로는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가 줄었다.
가디언은 시장 일각에서 이번 하락을 장기 침체 구간의 신호로 본다고 전했다. 일례로 2021년 말부터 2023년까지 이어졌던 이전 침체기에는 비트코인이 70% 가까이 떨어진 바 있다. 일부 전문가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암호경제학 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소장은 “10월의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기업 재무 전략 변화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주식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이첼 루커스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연계돼 있어 AI 산업 흐름과 연결돼 있다”며 “AI 투자심리 둔화가 가상자산 시장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업계 인사들은 장기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와 코인베이스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최근 뉴욕타임스 행사에서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며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암스트롱은 “비트코인이 무가치해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레이첼 루커스는 “현재 흐름은 과거 주기와 비교하면 전형적인 조정 구간”이라며 “여러 악재 속에서도 비트코인은 8만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