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마켓메이킹팀 운영
이해충돌 논란도
크립토닷컴이 스포츠 경기 결과에 베팅하는 예측시장 계약에서 고객과 반대 포지션으로 거래할 내부 마켓메이킹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스포츠 경기 결과에 연동된 금융계약을 사고파는 ‘퀀트 트레이더’를 모집하는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예측시장 사업자들은 미국 연방 규제를 받는 계약을 중개하며 중립적 플랫폼을 표방해 왔다. 스포츠 베팅 업체처럼 배당률을 정하고 고객 손실에서 이익을 얻는 구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내부 마켓메이킹 운영은 이해충돌 논란을 불러왔다.
크립토닷컴은 채용 공고에서 신규 트레이더의 목표로 ‘위험을 관리하면서 수익 극대화’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크립토닷컴 대변인은 자사 수익원이 자체 매매에 의존하지 않으며, 내부 마켓메이커는 다른 참여자보다 앞서 고객 주문 흐름이나 내부 데이터를 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요 사업자인 칼시도 ‘칼시 트레이딩’이라는 내부 마켓메이킹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폴리마켓도 유사 조직 채용에 나서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구조가 전통적인 스포츠북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 11월 제기된 집단소송에서는 칼시 트레이딩이 고객에게 불리한 베팅 라인을 설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칼시 공동창업자 루아나 로페스 라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조직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우대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부 마켓메이커 유치도 병행되고 있다.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 그룹, 점프 트레이딩 등 일부 월가 트레이딩 회사들이 칼시에서 마켓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크립토닷컴의 규정에는 스포츠 계약에서 마켓메이커에게 일반 거래자보다 3초 먼저 주문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마켓메이커가 다른 고객의 움직임에 앞서 계약을 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립토닷컴은 지난해 말 스포츠 경기 연동 계약을 상장한 초기 사업자 중 하나다. 이후 칼시도 이를 도입했고, 스포츠 관련 거래가 전체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드래프트킹스와 팬듀얼 등 기존 스포츠 베팅 업체들도 예측시장 앱 출시로 대응하고 있다.
예측시장의 구조와 운영 방식은 미국에서 특히 중요하다. 미국 규제 당국과 정치권이 전통적 도박 사업과의 관계를 놓고 제도 정비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들은 주(州) 단위 도박 규제 대상이 아닌 별도의 사업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크립토닷컴 대변인은 미국 플랫폼의 모든 파생상품에 대해 내부 트레이딩 팀 운영 사실을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과 유동성이 늘어나면 고객 경험 전반이 개선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