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OCC 규제 변경
JP모건 현물 중개 검토
은행·거래소 경쟁 구도 되나
미국 연방 은행 규제당국이 은행의 디지털자산 거래 중개를 허용하면서 월가 은행과 디지털자산 거래소 간 경쟁 구도가 바뀔 전망이다.
24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 통화감독청(OCC)은 은행이 디지털자산을 보유하거나 시장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무위험 자기계산(riskless principal)’ 방식의 디지털자산 거래를 중개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이 같은 규제 변화는 JP모건체이스의 움직임으로 가시화됐다. 지난 23일 블룸버그는 JP모건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거래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해당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앞서 OCC의 최근 지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OCC는 12월 9일자 해석서한을 통해 은행이 디지털자산 거래 중개에 참여할 수 있음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직접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고객 주문을 연결해 거래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미 주요 은행들은 준비에 나서 왔다. JP모건은 자체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와 JPM 코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파생상품 거래를 재개했다. BNY멜론은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일부 은행과 자산운용 관련 계열사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조성자, 거래소와 제휴해 결제·수탁·거래 기능을 제공해 왔고, 이번 해석으로 직접 중개 모델로의 확장이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규제 신뢰도를 갖춘 은행이 디지털자산 거래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뷔르착 운살 운살로펌 대표는 “은행은 규제 정당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소매 거래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다”며 “은행 인가가 없는 독립 거래소는 특히 초기 소비자 시장에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티 그린스펀 퀀텀 이코노믹스 설립자는 “은행이 모든 자산을 취급하는 거래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자산 중개는 가능해졌다”며 “일반 이용자 상당수는 거래소 대신 은행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은행의 진입이 현물 거래와 수탁 수익에 의존하는 미국 내 거래소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케네아바시 우모렌 연구원은 “월가가 수익성이 높고 위험이 낮은 시장에서 거래소와 경쟁할 수 있게 됐다”며 “거래소는 파생상품이나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넓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의 접근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케빈 리 게이트 최고사업책임자는 “은행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집중할 것”이라며 “출시는 보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OCC는 은행을 디지털자산 거래소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개 업무의 길을 열어주면서 규제 신뢰가 경쟁력인 은행이 디지털자산 거래의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