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로 몰린 가상자산 업계, ‘큰손’ 찾아 투자 유치전

아부다비 투자 접촉
국부펀드 돈줄
거래소·운용사 집결

가상자산 업계 주요 인사들이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모여 현지 대형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개월간 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업계가 ‘오일머니’를 겨냥해 아부다비에서 연쇄 행사와 비공개 모임을 소화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가상자산 업계 인사들은 33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 UAE 국부펀드 관계자들이 행사장에 있다는 소문을 공유하며 접촉 창구를 찾았다. 가상자산 콘퍼런스 여러 곳과 비치클럽 행사, 초대형 요트 파티 등이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왕실과 연결된 인물로 알려진 ‘문지기’ 역할을 하는 인사를 수소문했다.

비트코인 MENA 콘퍼런스에는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가 참석해 국부펀드 등 “수백 명의 투자자”를 상대로 비트코인 추가 매집 구상을 설명했다. 일본 호텔 운영사에서 비트코인 매집 전략으로 선회한 메타플래닛 대표도 무대에 올라 ‘MARS’라는 우선주 계획을 통해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도미나리 홀딩스, 한화그룹 자산운용 부문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WSJ는 한화가 아부다비를 지역 거점으로 삼아 가상자산 상품 확대를 추진한다고 소개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금융지구에 가상자산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초기 투자금, 사무공간 제공 등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UAE의 가상자산 수용도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아부다비 금융 규제당국으로부터 글로벌 거래 플랫폼 운영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영 지원 투자사가 올해 초 바이낸스 지분 20억달러(약 2조9400억원)를 사들였다.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 산하 조직은 11월 비트코인 관련 투자 비중을 3배로 늘렸고, 당시 평가액이 5억1800만달러(약 7614억원)였다. 무바달라는 같은 달 ETF를 통해 5억6700만달러(약 8334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보유도 별도로 발표했다.

현장 분위기는 ‘비트코인 진영’과 ‘기관 자금 진영’으로 갈렸다. 비트코인 행사장에서는 세일러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으려는 참가자들이 몰렸고,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도 무대에 올랐다.

기관 투자자 성격의 행사로 분류된 ‘아부다비 파이낸스 위크’에서는 코인베이스와 서클 경영진이 전통 금융권 인사들과 어울렸고, 레이 달리오, 스티브 슈워츠먼, UBS, HSBC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아부다비 왕세자도 개막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바달라가 지원하는 현지 브로커리지 미드체인스 공동창업자 바실 알 아스카리는 단기간에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외부 방문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부펀드나 대형 패밀리오피스 투자를 받으려면 수년간 관계를 쌓고 현지에서 사업을 키우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WSJ는 업계의 기대와 달리 시장 분위기는 엇갈렸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가상자산 기조로 가상자산 채택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미국 증시는 고점 부근을 유지한 반면 비트코인은 10월 청산 확산 이후 상승 동력이 약해졌다는 내용이다.

WSJ는 가상자산 시장 규제 틀을 만드는 법안 논의도 미국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제동을 걸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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