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비트코인 보유기업 지수 제외 검토에 스트래티지 서한보내…마이클 세일러 “잘못된 결정”

스트래티지, MSCI 규정안 공개 반박
비트코인 자산 50% 초과 기업 지수 제외 추진
“디지털자산 기업에만 불리한 차별 규정”
1월 15일까지 최종 결정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최대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회장이 MSCI의 신규 규정안을 “잘못됐고 해로운 결정”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은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기업을 MSCI 지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트래티지 공동 창업자인 세일러 의장과 퐁 레 최고경영자는 이날 날짜로 작성한 12쪽 분량의 서한에서 MSCI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보유 비중 50% 초과 기업 지수 제외’ 제안에 대해 기술·회계·정치 등 네 가지 축에서 반대 논리를 제시했다. 스트래티지는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가운데 가장 먼저 상장된 기업으로, 현재 약 610억달러(약 89조67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가치의 85%를 넘는 수준이다.

스트래티지는 서한에서 MSCI가 제안을 채택할 경우 “심각하게 해로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일러 의장과 퐁 레 CEO는 MSCI 규정안의 핵심인 ‘총자산의 50% 이상을 디지털자산으로 보유한 기업 제외’ 기준이 “디지털자산 기업만을 임의로 골라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원자재·금속 등 특정 자산에 집중 투자한 기업과 비교할 때, 비트코인 기업만 별도로 제한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규정안이 가격 변동성과 회계 기준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스트래티지는 서한에서 미국 정치 환경 변화도 언급했다. 세일러 의장과 레 CEO는 규정안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디지털자산 정책과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금융기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혁신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며, MSCI의 제안이 “현 행정부의 혁신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적었다. 디지털자산 관련 신규 사업과 벤처 설립을 위축시키고, 성장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MSCI가 내년 1월 15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 같은 논란은 최대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인 스트래티지가 최근 비트코인 하락에 불거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MSCI가 규정안을 확정할 경우 스트래티지에서 최대 28억달러(약 4조1160억원)의 자금이 이탈할 수 있고, 다른 지수사업자들이 따라 나설 경우 추가 유출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JP모건은 지수 제외 위험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이번 결정이 오히려 상방 재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함께 제시했다. 그럼에도 실제 지수에서 빠질 경우 패시브 자금 유출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스트래티지는 자사 사업모델이 인덱스 사업자가 상정하는 일반적인 ‘비트코인 래퍼(wrapper)’와는 다르다고도 강조했다. 스트래티지는 버지니아주에 본사를 둔 운영 기업으로, 보유한 비트코인을 주주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직접 수행하는 기업이며,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을 따라가는 투자수단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과 사업 운영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트래티지 서한은 패시브 인덱스 운용을 둘러싼 논쟁도 짚었다. 세일러 의장과 레 CEO는 MSCI가 글로벌 표준 지수사업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특정 자산을 많이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배제하는 것은 “MSCI의 역할과 일관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지수의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비벡 라마스와미 전 미국 대선 후보가 공동 설립한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 스트라이브자산운용도 별도의 공개 서한을 통해 유사한 입장을 밝혔다. 스트라이브자산운용의 매트 콜 회장 겸 CEO는 스트라이브 역시 비트코인 수익을 기반으로 투자자 가치를 제공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콜 CEO는 “새로운 사업모델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수사업자의 역할은 개별 전략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시장 전체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스트래티지가 1989년 설립 이후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모델을 사실상 정의해 온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스트래티지 주가는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열풍 속에서 한때 크게 올랐지만, 최근 상당수 DAT 관련 상장사들이 주가 급락을 겪으면서 보유 디지털자산 가치보다 기업가치가 낮아진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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