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ETF 유입 둔화, 하락 압력
10월 이후 투자심리 크게 위축
비트코인이 17일 일시적으로 9만3714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지난달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한 달 남짓 만에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만5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말 미국 대선 직후 금융시장이 반등했던 당시 종가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10월 6일 12만6251달러까지 올랐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관세 언급이 나온 10일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급락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와이즈의 매튜 호건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 전반이 위험 회피 분위기”라며 “암호화폐가 먼저 반응했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ETF 운용사와 기업 재무부서 등 주요 매수 주체들이 매입을 줄인 것도 하락 압력을 키웠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ETF에는 250억달러(약 36조7500억원) 이상이 유입되며 비트코인 시세를 떠받쳐왔으나, 최근 기술주 약세와 함께 위험자산 선호가 식었다는 평가다.
제이크 케니스 넨센 수석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장기 보유자들의 차익 매물, 기관 자금 이탈, 거시 불확실성, 레버리지 롱 포지션 청산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며 “오랜 기간 박스권을 이어온 시장이 단기 방향성을 아래쪽으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스트래티지의 상황도 투자심리 악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됐다. 블룸버그는 스트래티지 주가가 보유 비트코인 가치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오며, 투자자들이 더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비트코인은 올해 내내 변동성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한 4월에는 7만4400달러까지 밀렸다가 반등했지만, 10월 10일 추가 관세 발표로 대규모 청산이 발생하면서 다시 큰 충격을 받았다. 페퍼스톤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 헤드는 “10월 급락 당시의 심리적 상처가 여전히 남아 큰손 투자자들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알트코인 시장 충격은 더 컸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가운데 하위 절반을 추종하는 마켓벡터 지수는 올해 약 60% 하락했다. 디파이 전문 리서치 기업 에르고니아의 크리스 뉴하우스는 “시장에는 늘 순환이 있지만, 최근 대화방·커뮤니티·행사 분위기를 보면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뚜렷하고 뚜렷한 상승 요인도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