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2시간 통화 후 부다페스트 회담 추진
미국, 대러 제재엔 모호한 태도
17일 트럼프-젤렌스키 회담 예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뒤 다시 평화 회담을 추진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약 2시간 넘게 전화 통화를 한 뒤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겠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언급하며 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를 평화 정착의 기회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최근 몇 주간 푸틴에 대한 압박 수위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 종결에 미온적이라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다시 회담을 제안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어, 이번 결정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과 대러 제재 추진에 대해 “지금은 완벽한 시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미국이 토마호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 미러 관계와 평화 협상 전망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의 세르게이 라드첸코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8월 회담 이후 다시 만나는 것은 무모한 결정”이라며 “대화와 동시에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리아 스네고바야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준비를 명분으로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에너지 제재 이행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 ‘미국-러시아 평화 정상회담’ 준비가 진행 중이라며 “헝가리는 평화의 섬”이라고 SNS에 게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르반 총리를 주요 동맹으로 평가해왔으며, 부다페스트를 회담 장소로 택한 것은 푸틴 대통령과 유럽을 갈라놓으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2차 미·러 정상회담이 푸틴 대통령에게 시간 벌기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흔들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