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결제 확산에 수수료 위협
거대 카드사들 자체 인프라 연계해 대응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앞세운 기술 기업과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 기존 지배자였던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정산, 카드사 없이도 가능한 직결제 방식이 주요 무기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연동된 디지털 토큰으로, 이용자가 암호화폐 지갑에서 직접 결제를 진행할 수 있어 카드사나 은행을 거칠 필요가 없다. 미 기업들은 지난해 결제 수수료로 약 1천870억달러(약 254조원)를 지불했으며, 대부분 비자와 마스터카드 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 같은 수수료를 크게 낮추거나 없앨 수 있다.
이에 따라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전통적인 결제 인프라 기업이 아니라 모든 디지털 결제를 아우르는 핵심 허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연방 규제 법안에 서명할 예정인 가운데, 양사는 스테이블코인 정산·암호화폐 연계 카드 등의 역량을 내세우며 국경 간 결제 부문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기존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양사의 강점은 과거에도 경쟁 위협을 자사 네트워크 안으로 흡수해 지배력을 유지해온 경험이다. 이번에도 스테이블코인을 끌어들이며 동일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현재 2530억달러(약 344조원)에서 향후 수년 내 2조달러(약 2,720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암호화폐 산업이 투기적 성격을 벗어나 실용적 기능으로 주목받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파일럿 도입을 검토 중이며, 피서브는 중소 금융기관을 위한 자체 토큰 ‘FIUSD’를 출시했다.
다만 카드 네트워크의 지위가 곧바로 흔들리긴 어렵다. 미국 내 소비자들은 카드 보상, 사기 보호, 신용 접근성 등 기존 시스템에 익숙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소비자 보호나 보험 측면에서 미비한 부분이 많고, 상인 입장에서도 규제·세무·운영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핀테크 기업들의 전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쇼피파이는 최근 스트라이프·코인베이스와 협력해 달러 연동 토큰 USDC 결제를 지원하고, 결제액의 1%를 USDC로 리워드 제공한다. 카드망 없이 블록체인으로 직접 결제하거나 현지 통화로 바로 환전해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코인베이스도 자체 결제 플랫폼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수용을 확대하고 있다.
크론 컨설팅 대표 리처드 크론은 “과거와 달리 소비자 결제 습관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사 점유율이 전체 미 카드 사용액의 85% 이상인 상황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브랜드 신뢰·글로벌 가맹점망·사기방지 기술 등 전통 강점을 내세우며 방어에 나섰다. 민감한 정보 없이 결제를 가능케 하는 ‘토큰화’ 기술도 강조하고 있다.
비자의 잭 포레스텔 최고전략책임자는 “우리는 오랜 시간 ‘가치에 대한 접근’을 토큰화해왔다”며 “그 기초가 은행계좌든 카드든, 앞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카드는 올해 스테이블코인 ‘USDG’를 발행하는 팍소스의 네트워크에 합류했고, FIUSD, PYUSD, 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도 지원한다. 소액 결제는 수표 계좌에서, 고액은 신용카드에서, 특정 상점은 암호화폐 지갑에서 자동으로 연결하는 등 다중 결제 구조도 구현하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욘 램버트 최고제품책임자는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수요와 기회를 겨냥하는 것”이라며, 특히 송금·지급·기업 간 거래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레스텔은 “모바일 지갑이나 선구매 후지불(BNPL)도 처음엔 위협으로 보였지만 결국 적응이 답이었다”며 “대중화에는 초대형 연결망이 필요한데, 우리가 그 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