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핵 협상 복귀 시사
트럼프 “공습으로 핵시설 파괴” 주장
美 기밀 보고서 “실제 피해는 제한적”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 이어진 무력 충돌을 멈추고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전시 비상조치를 해제했고, 이란 대통령은 “이란 국민에게 강요된 전쟁이 끝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SNS를 통해 전쟁 중단의 공을 자신에게 돌렸으며,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핵시설을 전면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분석은 이와 상반된 평가를 담고 있다.
2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정상과의 통화에서 “핵 협상 테이블과 국제적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 충돌이 일단락된 직후 SNS에 “양측 모두 전쟁을 멈추고 싶어했다”며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한 뒤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DIA의 기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의 공습은 일부 핵시설 출입구를 봉쇄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지하 구조물은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NBC, CNN, 폭스뉴스 등 주요 외신을 포함한 미 당국자는 이 공습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은 수개월가량 지연됐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 역시 해당 시설의 지하 구조가 파괴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확보했으며, 이란이 은밀히 소규모 농축 시설을 운영 중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며 “휴전 유지를 위해 단호하고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이 휴전 이후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테헤란 인근의 레이더 기지를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란은 휴전 위반을 부인했다.
전 세계 주요 정상들도 휴전 발표에 기대감을 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휴전이 실현됐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우려했다.
양국 간 충돌은 휴전 직전까지도 이어졌으며,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남부 도시 브엘세바의 아파트를 타격해 최소 4명이 사망했다. 테헤란에선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격렬한 공습이 밤새 이어졌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다.
한편 미국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 대이란 군사 조치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향후 군사행동에 의회의 승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걸프 지역의 국가들은 전쟁 확산으로 자국의 에너지 시설이 타격받을 것을 우려해 조기 중재에 나섰으며, 특히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 양측과 비공식 접촉을 통해 휴전 성사에 힘을 보탰다.
국제 금융시장은 안정 기조를 보였다. 유가 하락세가 이틀 연속 이어지며 주가가 상승했고, S&P500지수는 1.1% 상승해 전날의 1% 상승에 이어 2월 기록한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