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합의 시 소량 가상자산으로 채무 변제 가능…법적 지위는 여전히 불분명
중국 대법원이 최근 가상화폐 관련 분쟁에 대한 지침을 개정하며, 채무 상환 수단으로 디지털 자산 사용을 조건부 허용했다. 이는 중국의 전통적인 강경 규제 기조에 비춰볼 때 주목할 만한 변화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점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양 당사자가 동의할 경우 소량의 디지털 통화로 부채를 상환하거나 교환, 노동 등 기초적인 민사 관계에서 이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다만, 이러한 허용은 엄격한 규제 완화라기보다는 일부 상황에서의 예외적 인정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간 가상화폐 거래, 채굴을 포함한 모든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전면 금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최소한의 법적 틀 안에서 디지털 자산을 민사적 가치 교환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를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 인민 법원은 앞서 디지털 통화를 통화(currency)가 아닌 ‘가상 자산’으로 간주해 시민 간 거래는 가능하지만 공식 통화로서의 거래는 불가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한편, 최근 몇 달간 중국 내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관심이 급증하면서, 중국은 세계 암호화폐 채택 지수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웍스(Blockworks)에 따르면, 중국은 개인 투자자와 채굴자의 가상자산 수익에 대해 20%의 소득세를 부과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의 존재와 경제적 의미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대법원 지침 개정은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공식 입장 변화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