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다큐멘터리 “머니 일렉트릭: 비트코인의 수수께끼”가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로 피터 토드를 지목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8일(현지시간) 방영된 HBO 다큐멘터리는 증거 부족과 불충분한 조사로 인해 암호화폐 업계 안팎에서 비판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컬렌 호백은 피터 토드를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추측하는 근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토드가 남긴 채팅 로그 내용이다. 문제의 채팅 로그에서 토드는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희생한 데 있어 세계 최고의 전문가”라고 자칭하며 “나는 그런 희생을 한 번 했고, 수작업으로 했다”고 말했다. 호백은 해당 발언을 토드가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이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 100만 BTC가 비트코인 탄생 이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사토시가 의도적으로 지갑에 접근을 않했거나, 키를 분실했거나, 사망했을 가능성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두 번째 근거는 비트코인톡(포럼)에서의 게시글이다. 호백은 토드가 사토시의 계정을 사용하여 토론을 시작했고, 실수로 자신의 실명 계정으로 끝맺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증거가 불충분하고 추측에 기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피터 토드 본인도 SNS를 통해 “나는 사토시가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밝히며 HBO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 장면을 다큐멘터리에 담아 비트코인 애호가들이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다큐멘터리 제작진을 비꼬기도 했다.
타임지 앤드류 조우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토드는 HBO의 주장을 부정하며 자신이 비트코인을 알게 된 것은 백서를 읽은 후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자신의 과거 동료나 지인들에게 확인하는 등의 기본적인 조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HBO 다큐멘터리, 사토시 나카모토 추측에 커뮤니티 “증거 부족” 비판
HBO 다큐멘터리 “머니 일렉트릭: 비트코인의 수수께끼”가 피터 토드를 사토시 나카모토로 지목한 것에 대해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다큐멘터리가 사토시 나카모토의 익명성과 그 선택의 이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증거의 약점과 조사 부족을 이유로 추측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010년 12월 비트코인 토크 포럼에서 마지막으로 활동한 후, 2011년 4월 개발자 마이크 헌에게 “다른 일로 옮긴다”는 메일을 보내고 프로젝트에서 떠났다. 이는 비트코인의 탈중앙화와 중립성을 강화하고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른 사토시 후보는?
다큐멘터리 방영 전 탈중앙화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에서는 HBO가 “누구를 사토시로 지목할 것인가”를 두고 베팅이 이루어져 2,000만 달러(약 264억 원)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당시 유력 후보로는 렌 사사만, 닉 자보, 아담 백, 데이비드 클라이먼 등이 거론되었으며, 피터 토드는 후보에도 없었다.
2010년 12월 자취를 감춘 사토시 나카모토는 약 680억 달러(약 89조 7,400억 원) 상당의 110만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1년 사망한 렌 사사만은 사토시와 같은 영국식 영어를 사용했고, 그의 아내의 블로그 글 내용 등으로 인해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